올해 여름 놓치면 안 되는 전시, “토마스 드보(Thomas Devaux) 그리고 소비에 열광하는 자들(Thomas Devaux et les spectres de la déraison)”입니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 감독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Cet Obscur Objet du Désir)(1977)>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사진 작가 토마스 드보(1980년생,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 중)의 시리즈 작품이 소개되며, 사진 예술의 기본 가치부터 작가의 변화와 관점을 선보입니다.

화려하고 역사의 흔적으로 가득 찬 로얄 스케이트장에서 다양한 시리즈 작품과 장치를 전시했습니다. 모든 작품은 작가의 삼부작 ‘쇼핑객들(The Shoppers)’, ‘레이온(Rayon)’, ‘다이크로익스(Dichroics)’에서 가져왔습니다. 그중 ‘다이크로익스(Dichroics)’는 작가가 선호하는 재료인 다이크로익 유리(dichroic glass)로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다이크로익 유리는 흥미로운 광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빛이 유리를 통과하면서 동시에 반사되는 특별한 이중적인 광학 효과 덕분에, 보는 각도와 입사각에 따라 노란빛과 파란빛을 볼 수 있습니다.

작품에 투영된 군중의 그림자가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소비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추수감사절 후 첫 번째 금요일에 사람들은 미친듯이 소비하며 축제를 엽니다. 이런 전통은 소비주의의 극단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관람객이 이러한 현실적인 사진을 보면 혼란, 폭력, 또는 히스테리를 느낄 수 있지만, 놀라거나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의 생존 본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이러한 ‘소비 전통’이 인간이 본능적으로 과소비를 추구함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생긴 초조함은 ‘블랙프라이데이’로 인해 더욱 고조됩니다. 그래서 토마스는 “모든 긴장과 초조함은 다 욕망에서 파생된 것이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는 “이 전시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남녀 간의 그런 욕망이 아니라, 개인이 상품을 구매하고 싶은 욕망입니다. 마트에 있는 대상을 포착한 것을 통해 이런 긴장감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편집된 (특히 블러 처리된) 사진에서 두 가지 빛의 전환 효과와 식별할 수 없는 형태를 통해 토마스가 이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여줬습니다. 작가는 일부러 사진의 주체를 녹이고 파괴하며, 일상적인 일을 신성화하려는 표현 방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었던 대상을 새롭게 인지하게 했습니다.

전시장 끝에는 ‘쇼핑객들(The Shoppers)’ 시리즈 중 9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예술사학자 미셸 푸아베르(Michel Poivert)는 이 시리즈를 ‘인간이 소비에 열광할 것이라는 예언’이라고 불렀습니다. 토마스는 다이크로익 유리에 낯선 이들의 사진을 편집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쇼핑백을 들고 있거나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변형된 그림들에서 소비자는 유령처럼 독특하지만 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레이온(Rayon)’ 시리즈는 가게의 빛과 마트의 진열대를 재현했습니다. 사진은 블러 처리되어 물체의 형태와 색깔이 흐려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토마스는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을 제거했습니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통제하는 소비 행동을 사진에 투영하게 합니다.

사진 작가는 최대한 반사를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반사를 더 잘 보이게 합니다. 반사의 효과가 강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작품에 더 끌릴 수 있습니다. 다이크로익 유리의 효과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유리의 특성때문에 ‘다이크로익스(Dichroics)’ 시리즈에서는 관람객의 모습이 반사되어 사진의 내용을 거의 알아볼 수 없습니다. 관람객들이 이 작품들 앞에서 좋은 셀카 못찍어서 계속 찍는 모습이 이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우리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매력적이며, 작품의 색깔 깊은 속에서 우리 자신과 만나게 만듭니다 토마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진 작가는 최대한 반사를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로 하기로 했죠. 심지어 반사를 더 잘 보이게 합니다. 반사의 효과가 강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작품에 더 끌릴 수 있습니다. 다이크로익 유리의 효과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

감하게 도전하면 반드시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의 신체와 하나가 되어 그 형태가 색깔로 흩어지지만, 동시에 마치 미러 세계의 입구를 열어주어 메타버스에 들어가게 한 듯합니다.

소비자의 성소

홀 정중앙에 웅장하고 검은 방이 우뚝 서 있습니다. 이 정육면체 공간의 은밀함과 조명이 종교적인 느낌을 강화합니다. 이는 아마도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겁니다. “오래된 스케이트장에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바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관람객들이 스케이트 타는 것처럼 이 작품을 중심으로 돌아서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죠. 이 검은 정육면체(이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5m x 5m의 구조물)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검은 정육면체를 연상시킵니다. 바로 메카에 있는 성소, 카바입니다.”

이 육면체는 전시 동선으로서, 처음에는 전시 요소로 만들었지만, 전시의 메인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성소로 만들어진 이 공간에 세 개의 작품이 전시 방식과 조명 때문에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삼위일체를 보여주며 세속과 신성의 경계, 그리고 소비와 과도한 미신의 관계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토마스 드보는 창작을 통해 대상물의 본질적인 변환을 이뤄냈고 흔한 현실을 신성한 우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레이온(Rayon)’ 시리즈에 볼 수 있는 색면은 미국의 ‘색면 추상’ 작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등을 연상시킵니다. 모든 예술가들은 경건하고 정성스러운 믿음이 있어야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

토마스 드보는 창작을 통해 대상물의 본질적인 변환을 이뤄냈다. 흔한 현실을 신성한 우상으로 바꿔놓았다.

정교한 금박 프레임은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했습니다. 관객이 자아도취하는 모습이 모든 작품에 반사되며 작고 신성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이 럭셔리 브랜드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소비자의 성전이라고 불리는 루이비통(Louis Vuitton)도 2022년에 전시를 열어줄 만큼 대단했습니다. 해당 전시에서 선과 악으로만 나뉜 이분법이 아닌 더 열린 방식으로 욕망의 본질을 탐구했습니다. 토마스는 “저는 그런 흐릿한 아름다움을 좋아합니다. 예쁘고 어두운 것들이요. 소비의 욕망에는 아름다움과 폭력이 동시에 존재하죠. 저는 이런 욕망의 본질을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애매한 주제에 푹 빠졌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술은 자기를 더 잘 알게 도와주는 방법이다.

어떻게 더 넓은 시야로 예술을 바라볼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토마스는 여러 분야의 관점으로 한 주제를 탐구할 수 있는 예술가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많은 예술가가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문학이나 춤, 노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요. 피나 바우쉬(Pina Bausch)는 저와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주제는 같습니다. ‘욕망이 두 개 주제 사이에 주는 긴장감’이죠.”라고 토마스가 대답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덧붙였습니다. “예술가로서 우리는 대중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싶거나 예술사에 한 획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예술은 자기를 더 잘 알게 도와주는 방법이죠.”

토마스가 다른 예술가와 다른 점은 확실합니다. 그는 관람객을 작품 속 깊은 세상에 끌어당기기보다,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솔직하게 거울 안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무엇을 소비하는지 말해주세요. 그러면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줄 것이다.”